한동안 주거 환경 개선의 대표적인 해법으로 여겨졌던 재건축이 최근 들어 곳곳에서 속도를 잃고 있다.
인허가 지연이나 규제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 재건축을 멈추게 만드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공사비 상승이다.
눈에 띄게 불어난 공사비는 조합원 분담금으로 고스란히 전가되며, 조합 내부의 갈등과 사업 지연을 동시에 낳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건설 공사비는 가파르게 올랐다.
철근·시멘트 같은 핵심 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숙련 인력 부족으로 인건비 부담도 크게 늘었다.
여기에 안전 규제 강화, 친환경·고급 설계 요구까지 더해지며 과거와 같은 수준의 공사비로는 사업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문제는 이 비용 증가가 조합이 예상했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는 점이다.
조합원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분담금 쇼크’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초기 사업 계획 당시 수억 원 수준으로 예상됐던 분담금이 공사비 재산정 이후 수억 원 이상 추가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중대형 평형 위주 단지나 입지가 좋은 곳일수록 분담금 상승 폭이 커지면서,
고령 조합원이나 실거주 목적의 조합원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합 내부의 균열도 깊어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사업을 멈추자”는 의견과 “이미 여기까지 왔으니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며 총회가 파행을 겪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도 공사비 증액 문제를 두고 협상이 반복되거나, 기존 계약을 둘러싼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금융 환경 역시 재건축에 우호적이지 않다.
금리 부담이 커지면서 조합의 금융 비용이 증가했고, 조합원 개인 입장에서도 추가 대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처럼 ‘재건축만 하면 시세 차익으로 해결된다’는 기대가 약해지면서, 조합원들의 심리적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사업 추진 동력 자체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이나 대수선으로 방향을 틀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이주 부담을 줄이고, 분담금을 상대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이 더 이상 모든 단지의 정답이 아니라는 인식이 점차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결국 지금 재건축이 멈추는 진짜 이유는 ‘의지 부족’이 아니라 ‘비용 구조의 변화’에 있다.
공사비 상승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재건축 사업은 앞으로도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조합과 조합원 모두가 보다 냉정하게 수익성과 부담을 따져보는 시점에 와 있다.
재건축은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이지만, 이제는 과거와 같은 공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