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분명히 예보에서는 비가 온다고 했는데, 막상 밖에 나오니 한 방울도 내리지 않는다.
우산까지 챙겨 나왔건만, 날씨는 오히려 한여름의 햇빛처럼 따갑고 후텁지근하다.
‘아, 진짜 여름이 시작되려나 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점심시간, 업무로 인해 택배를 붙이러 걸어나왔다.
사무실에서 몇 블록 떨어진 우체국까지 천천히 걸었는데, 슬슬 땀이 나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옆옆 건물에 있는 거래처로 제품도 하나 전달해야 했다.
평소라면 귀찮다고 느꼈을 법한 일이지만, ‘건강을 위해 걷는 거지’라고 스스로 다독이며 한 걸음씩 내디뎠다.
사실 직장생활이란 게 마음만큼 쉽게 움직여지지 않기에, 이렇게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작은 움직임조차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제품을 들고 건물 사이를 걷는데, 팔에 닿는 햇살이 심상치 않다.
봄의 따뜻함이 아닌 여름의 강렬함이다.
사무실로 돌아오니 등줄기는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선풍기 바람에 식은 땀이 살짝 춥게 느껴질 정도였다.
실내는 에어컨 바람 덕에 시원하지만, 짧은 외출이 주는 피로감은 은근히 크다.
몸이 여름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다.
오늘처럼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날엔,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아직 달력은 5월을 가리키고 있지만, 기온과 체감은 이미 여름의 문턱을 넘어선 듯하다.
바람은 덥고, 해는 눈부시며, 걷기만 해도 샤워한 것처럼 땀이 흐른다.
하지만 이런 날일수록 괜히 더 ‘부지런한 하루’를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움직이는 만큼 땀을 흘리고, 흘린 땀만큼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냈다는 작은 성취감이 따라온다.
직장인으로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이렇게 짧은 외출이 주는 변화가 있다.
평소라면 택배 하나 보내는 일, 물건 하나 옮기는 일이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계절의 변화와 맞물리면 일상의 조각 하나하나가 특별하게 느껴진다.
오늘의 땀은 무더위에 지쳐버린 결과가 아니라, 여름을 마주하며 한 발자국 나아간 내가 흘린 흔적이다.
계절은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고, 우리는 그 안에서 묵묵히 살아간다.
여름이 다가오면 또 새로운 고민들이 생기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런 소소한 걸음 속에서도 삶의 온기를 느낀다. 오
늘도, 그렇게 계절은 나를 또 한 번 단단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