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사회의 문턱을 넘는 순간 모든 것이 낯설고 복잡했다.
시골에서 자라 바람 따라 꽃 피던 길이 익숙했던 나는, 회색 건물과 복잡한 신호등이 뒤섞인 도시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마치 거대한 미로에 던져진 기분이었다.
사람들은 너무 빠르고, 말은 너무 복잡하고, 마음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렇게 20대의 나는 도시 한복판에서 자주 길을 잃었다.
단순히 방향을 몰라 헤매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의 나침반조차 잃어버린 듯한 시간들이었다.
당시에는 ‘청춘’이라는 단어에 특별한 힘이 있을 거라 믿었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이루고 싶은 꿈도 분명했으니까. 하지만 사회는 그렇게 낭만적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꿈보다 당장의 생계가 중요했고, 열정보다 스펙이 앞섰다.
수많은 이력서와 탈락 메일, 회식 자리에 흐르는 낯선 웃음 속에서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자주 잊곤 했다.
그때 알았다. 청춘은 때로 반짝이지 않고, 무채색일 수 있다는 걸.
하지만 그렇게 헤매던 시간도 결국 지나간다.
익숙해지고, 체념하고, 때로는 무뎌지면서 우리는 또 어른이 되어간다.
어느 순간부터는 길을 잃는 일이 줄어들었다. 더 이상 길을 잘 찾아서가 아니라, 길을 잃어도 불안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길이 아니면 어떻고, 돌아가면 또 어떠냐는 마음이 생긴다.
아마도 그것이 20대를 지나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너그러움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의 20대 청춘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기술은 더 빨라지고, 사회는 더 각박해졌지만, 그 속에서도 여전히 청춘은 제 길을 찾고 있다.
다만, 그 길이 예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일 뿐이다.
직장이라는 정해진 틀을 벗어나 자신만의 일을 만들고, 전통적인 성공 대신 ‘나답게 사는 삶’을 꿈꾸는 청춘들도 많아졌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것에 두려움보다는 의미를 두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물론 그 속에서도 여전히 많은 청춘들이 길을 잃고 있다. 하지만 길을 잃는 것이 잘못된 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길을 경험해보는 것이야말로, 진짜 나의 길을 찾기 위한 과정일 수 있다.
도시에서 길을 잃던 그때의 나처럼, 지금 누군가도 복잡한 골목 어귀에서 조용히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 길도 결국 너를 어른으로 만들어 줄 거야. 그리고 언젠가는, 너만의 속도로, 너만의 방향으로 걷게 될 거야."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청춘이 자기만의 길을 찾아 걷고 있다.
때로는 넘어지고, 때로는 멈추기도 하겠지만, 결국 그 모든 길 위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있다.
청춘은 길을 잃는 시간이 아니라, 길을 그려나가는 시간임을 잊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