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자산은 단순한 재산 목록이 아니라 ‘기회에 대한 접근권’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학력과 노력, 직장에서의 성과가 계층 이동의 주요 통로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부모 세대의 자산 규모가 자녀 세대의 출발선을 사실상 규정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소득은 매달 들어오고 사라지지만, 자산은 축적되며 세대를 넘어 이전된다.
이 차이가 오늘날 자산 격차의 본질이다.

소득은 흐름(flow)이고, 자산은 스톡(stock)이다.
연봉이 아무리 높아도 주거비, 교육비, 생활비를 지출하고 나면 남는 금액은 제한적이다.
반면 이미 축적된 부동산, 금융자산, 사업체 지분 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복리 효과와 가격 상승을 통해 추가적인 부를 창출한다.
특히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는 보유 여부 자체가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변수가 되었다.
부모로부터 주택 구입 자금을 지원받은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의 자산 증식 속도는 몇 년 만에 크게 벌어진다.
문제는 이 격차가 단순히 ‘돈의 많고 적음’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산은 교육 환경, 거주 지역, 인적 네트워크, 창업 기회 등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준다.
안정적인 주거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학습에 집중할 수 있고, 사교육이나 해외 경험의 기회도 상대적으로 넓다.
반면 주거 불안이나 생활비 부담이 큰 가정에서는 위험을 감수한 도전보다 안정적 선택을 우선하게 된다.
자산은 선택의 폭을 넓히는 장치이자, 실패를 견딜 수 있는 완충 장치 역할을 한다.
최근 통계에서도 자산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 간 순자산 격차는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융자산의 투자 수익률, 부동산 가격 상승, 사업 소득 등 자산 기반 소득이 늘어나는 반면, 근로소득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완만하다.
특히 고금리·고물가 국면에서는 대출 부담이 커지며 자산이 없는 계층의 부담이 더 커진다. 결국 소득만으로는 자산 가격 상승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된다.
그렇다면 자산 격차의 본질은 무엇일까.
첫째, 복리 효과다.
자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를 불린다.
둘째, 정보 접근성이다.
투자 정보, 세제 혜택, 금융상품 활용 능력은 계층 간 차이를 확대한다.
셋째, 위험 감내 능력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이 있어야 장기 투자나 창업 등 고수익 기회를 선택할 수 있다.
자산이 적을수록 단기 안정에 집중하게 되고, 이는 장기 격차로 이어진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첫째, 소비 구조를 점검해 순자산을 꾸준히 축적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소득이 적더라도 자산 형성 비율을 높이는 습관은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든다.
둘째, 금융 이해도를 높여 복리 효과를 최대화해야 한다.
연금, ETF, 세제 혜택 상품 등 장기 투자 수단을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부채 관리다. 금리 변동에 취약한 구조는 자산 형성을 지연시킨다.
물론 개인 노력만으로 구조적 격차를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
세제 정책, 교육 기회 확대, 주거 정책 등 제도적 보완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자산 격차의 현실을 직시하고, 소득 중심 사고에서 자산 중심 사고로 전환하는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월급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남는 자산의 축적 속도다.
부모 재산이 출발선을 좌우하는 시대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좌절감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자산은 단기간에 형성되지 않는다.
시간과 전략, 그리고 일관된 실행이 필요하다. 소득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벽처럼 보이지만, 자산을 이해하고 설계하는 순간 그 벽의 구조가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자산 격차의 본질은 ‘시간과 복리의 차이’이며, 그 흐름을 얼마나 빨리 이해하느냐가 미래를 좌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