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추진해온 빚 사면(신용사면) 정책이 또다시 논란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연체 기록을 지워주고 새로운 출발을 돕겠다는 취지였지만, 상당수 채무자들이 다시 대출을 받고 이를 갚지 못해 재연체자로 전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연체율 급등, 경고음 커진다
올해 7월 기준, 지난해 신용사면을 받은 이들 중 약 33%가 다시 연체 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순히 통계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금융 안정성을 위협하는 신호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금융권 대출만 해도 전체의 88%를 차지하고 있어, 가계부채 리스크가 더 이상 일부 차주의 문제가 아닌 ‘전체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재연체자의 평균 부채는 4천만 원을 훌쩍 넘습니다.
이는 단순히 생활비 부족 때문만이 아니라, 기존 대출 상환 압박을 덜어주자마자 다시 빚을 내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성실 차주에게 전가되는 부담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부작용이 성실하게 빚을 갚아 나가는 차주에게 고스란히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점입니다.
재연체 위험이 높아질수록 금융기관은 전체 대출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 붙이게 되고, 그 결과 성실하게 상환하는 이들까지 더 비싼 이자를 물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결국 ‘빚을 탕감해 주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성실 상환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금융시장의 신뢰를 흔드는 역효과를 낳고 있는 셈입니다.
채무 사면 확대 앞둔 정부의 고민
정부는 올해 말까지 채무 사면 대상을 더 넓히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하지만 이미 시행된 신용사면 정책에서 재연체율이 높아진 상황에서, 추가 확대가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채무자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더 큰 부실을 떠안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빚 지워주기’가 아니라, 재기의 가능성을 높여줄 맞춤형 금융 교육, 소득 개선을 위한 지원, 그리고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강화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의 선의가 오히려 또 다른 빚더미를 쌓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재연체 방지 대책, 실효성 필요
전문가들은 신용사면과 함께 재연체 방지 프로그램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채무자의 소득 수준과 상환 능력에 맞춘 ‘맞춤형 분할 상환제’나, 일정 기간 동안 재대출을 제한하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또한 금융 교육을 통해 무분별한 대출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합니다.
단순히 채무를 지워주는 것은 ‘응급처치’에 불과합니다.
지속 가능한 회복을 위해서는 채무자가 스스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구조적 지원이 병행되어야만 합니다.
신용사면 정책은 분명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선한 의도로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재연체율 증가, 금융시장 불안, 성실 차주의 부담 가중이라는 부작용이 더 크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추가 채무 사면 확대를 앞두고, 지금이야말로 실효성 있는 재연체 방지 대책과 금융 교육 강화가 필요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