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저마다의 짐을 싸서 고향으로 향한다.
고속도로에는 긴 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역과 터미널에는 반가운 얼굴을 마중 나오는 가족들이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도심 속 사무실 불빛 아래 남아 있다.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로 올해도 고향행 열차를 타지 못한 이들.
그들의 추석은 유난히 조용하고, 조금은 쓸쓸하다.
● 명절의 온기 대신 마주한 현실
명절이 가까워질수록 주변에서는 “이번엔 언제 내려가?”라는 말이 인사처럼 오간다.
그러나 그런 질문조차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못 내려가요”라고 대답하면, 상대는 잠시 머뭇거리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이미 체념한 듯 담담하다.
그래도 마음 한켠에서는 들판 냄새가, 어머니의 목소리가 아련히 떠오른다.
연휴 첫날에도 출근 카드를 찍고, 모니터 불빛 속에서 하루를 보낸다.
카카오톡으로 도착한 가족 단체방의 사진들—풍성한 한가위 밥상,
웃는 얼굴들, 아이들의 재잘거림. 그 속에 없는 나 자신이 문득 작아진다.
“괜찮다”라고 되뇌어보지만, 사실 괜찮지 않다.
일에 몰두하면서도 마음은 여전히 고향 마당에 머물러 있다.
● 10월, 여전히 이어지는 무거운 시간
추석이 지나면 세상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하지만 나의 10월은 여전히 버겁다.
끝나지 않은 업무, 불확실한 내일, 그리고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생의 무게.
누군가는 “삶이 다 그런 거야”라고 말하지만, 그 말이 위로가 되지 않는다.
하루를 마치고 돌아오는 밤길, 차창에 비친 내 얼굴이 낯설다.
피곤함과 외로움이 겹쳐져 마치 오래된 그림자 같다.
그럼에도 삶은 멈추지 않는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아침을 맞이해야 한다.
세탁기를 돌리고, 간단한 식사를 준비하고, 다시 일상으로 뛰어든다.
그렇게 버티는 것이 어쩌면 지금의 나에게 주어진 ‘생활력’일지도 모른다.
●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
명절은 단지 가족이 모이는 날만은 아니다.
그리움과 현실의 간극을 마주하는 시간이다.
누군가는 일터에서, 누군가는 도시의 고요 속에서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킨다.
‘못 내려간다’는 말에는 수많은 사정이 숨어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이유를 대신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더 외롭고, 그래서 더 단단해진다.
어쩌면 지금의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 시대의 추석’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향은 멀리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곳을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