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와야구단이 승이 많아서 행복한 내조카
내 조카는 열렬한 한화 이글스 팬이다.
처음엔 그저 유니폼이 예쁘다며 팀을 좋아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선수들의 이름은 물론이고 타율과 투수 기록까지 꿰뚫고 있다.
야구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일상의 중심이 된 셈이다.
요즘 조카의 하루는 야구 일정에 맞춰 움직인다.
주말이 되면 오후 2시가 되기만을 기다리고, 평일에는 오후 6시가 되면 텔레비전 앞에 딱 자리 잡는다.
‘오늘은 대전 홈경기야’, ‘이 선수 오늘 선발이래’ 하는 말들이 이제는 익숙한 일상의 언어가 되었다.
그 열정은 단순한 팬심을 넘어선 꾸준함으로 다가온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조카가 직접 대전구장을 찾아갔던 날이다.
멀리서 기차를 타고, 야구장을 찾아 손에는 응원봉과 야구 모자, 등에 팀 유니폼까지 챙긴 모습은 참 대견했다.
그날은 삼성과 경기가 있었는데 대전역에 가면 삼성 유니폼을 응원하는 사람들을 정말로 많아 만났다고 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현장의 분위기를 즐기고, 경기 중엔 응원가를 따라 부르며 목소리 높여 응원하는 모습은 어린 나이에 비해 꽤 성숙해 보였다.
돌아오는 길엔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래도 ‘직관(직접 관람)’이라는 특별한 경험이 주는 만족감에 얼굴이 환했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좋아하는 걸 꾸준히 즐기며 삶의 활력을 얻는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나이가 어릴수록 관심사는 쉽게 바뀌기 마련인데, 조카는 야구라는 하나의 세계를 오랫동안 지켜가고 있다.
때론 팀이 연패에 빠질 때도 있고, 예상치 못한 경기 결과에 실망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도 끝까지 응원하는 태도는 어른들도 본받아야 할 모습이다.
야구를 통해 조카는 기다림을 배우고, 인내심을 익히며, 패배 속에서 다시 일어서는 힘을 얻는다.
경기 결과에 따라 기뻐하고, 때로는 속상해하면서도 다음 경기를 또 기다리는 모습은 그저 스포츠 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삶을 대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언젠가 조카가 성장해서 지금의 이 시간을 돌아볼 때, 그 기억 속에는 분명 한화 이글스를 향한 뜨거운 응원과 대전구장의 햇살, 그리고 함께했던 가족들의 미소가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한다는 건, 어쩌면 가장 단단한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아닐까.
나도 조카 덕분에 야구를 더 자주 보게 되었고, 응원팀은 다르지만 함께 경기를 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조카의 응원소리와 분석을 들으며, 나는 또 다른 세대를 이해하게 되고, 그 열정을 응원하게 된다.
좋아하는 것을 계속 사랑하며 살아가는 조카의 모습이, 요즘 같은 시대에 더없이 귀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