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성큼 다가온 걸 느낍니다.
언제부턴가 따스한 햇살이 얼굴을 스치고, 옷깃이 가벼워졌으며, 바람마저 부드럽고 초록 향을 머금고 있죠.
오늘도 어김없이 한강공원을 찾았습니다.
늘 같은 장소. 매번 같은 자리에 앉습니다.
누군가에겐 똑같은 풍경이 지루할 수도 있지만, 저에겐 그곳이 참 특별합니다.
겨울 내내 앙상했던 나뭇가지에서 이제는 연둣빛 잎사귀가 움트고,
조금씩 짙어지는 녹음 속에서 계절이 변하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 제겐 작은 감동이거든요.
예전엔 달리기도 해보고 싶었어요.
멀리까지 뛰어가고, 땀 흘린 뒤 느끼는 개운함이란 얼마나 좋은가요.
하지만 요즘은 무릎이 자주 아파 걷기만 합니다.
빠르게 걷는 것도, 무리하는 것도 사치처럼 느껴질 때가 있죠.
그래서 지금은 천천히 걷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걸음걸음, 나무 아래 그늘을 밟고, 잔잔한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그 순간을 있는 그대로 느껴봅니다.
바쁘게 살아오던 날들 속에선 이런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고 지나쳤어요.
그저 ‘걷는다’는 평범한 행위조차,
지금은 마음을 채워주는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강을 따라 이어진 길을 걷다 보면,
가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과 달리는 사람들을 마주치곤 해요.
부러운 마음도 들지만,
그보다 더 크게 드는 생각은 ‘나는 나의 속도로 걷고 있다’는 안도감입니다.
천천히 걸어도 괜찮아요.
내 발걸음에 맞는 리듬이 있으니까요.
초록이 점점 짙어지고,
햇살이 투명하게 반짝이는 계절 속에서
저는 걷기라는 일상 속 소확행을 느낍니다.
지금 이 순간, 오늘 이 시간이 좋아요.
욕심 부리지 않고, 비교하지 않으며, 나의 하루에 충실한 느낌이죠.
오늘이 이렇게 평온하고 따뜻했으니,
내일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크게 특별한 일이 없어도,
이런 작고 잔잔한 행복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여름이 오는 소리,
그 속에서 나를 다시 들여다보는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