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는 꽤 긴 거리를 운전했다.
지도상으로는 2시간 조금 넘는 거리였지만, 막히는 길도 없고 도착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어 휴게소 한 번 들르지 않고 내리 달렸다.(휴게소가 있는길로 안내하지 않고 없는길로 안내해준 네비게이션)
도착해서 느낀 건, 다리보다 팔이 먼저 힘이 풀리고 아프다는 것이었다.
팔에 진동이 남아 있는 듯한 묘한 통증과 저릿함이 오래도록 남아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나만 그런가?’ 싶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장시간 운전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운전 피로는 허리나 엉덩이, 눈과 목에 집중되기 쉽지만, 팔과 어깨에도 꽤 많은 부담이 간다.
운전이라는 게 단순히 팔만 움직이는 일이 아니라는 걸 다시금 느낀 하루였다.
핸들을 꽉 쥐고, 어깨를 약간 긴장한 상태로 고정시키고, 팔꿈치는 미세하게 움직이지만 전체적으로 큰 움직임은 없다.
게다가 급정거나 차선 변경 시에는 갑자기 팔에 힘이 들어가기도 하고, 정신적으로 긴장하며 주행하다 보면 그 피로가 고스란히 팔과 어깨 근육으로 전해진다.
이런 점에서 보면, '2시간 운전 후 15분 휴식'이라는 교통안전 공익광고 문구가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다.
그저 권장사항으로만 여겼는데, 어제는 정말 그 말이 뼛속까지 와닿았다.
나는 쉴 곳이 없다는 이유로, 또 도착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해서 느낀 탈진과 팔의 통증을 돌아보니, 그게 과연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다음번엔 아무리 목적지가 가까워 보여도, 중간에 꼭 한 번은 내려 스트레칭을 하거나 커피 한 잔 마시며 여유를 가져야겠다.
무조건 네비게이션을 믿지 않고 조금은 생각을 좀 하고 움직여야겠다.
그래야 이후 일정도 더 수월하고, 무엇보다 내 몸이 덜 망가지지 않을까.
요즘 같은 봄철에는 창문을 약간 열고 환기를 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는 것도 피로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기적인 휴식과 자세 조절이다. 운전대는 너무 꽉 잡지 말고, 팔에 힘을 빼고, 어깨를 편하게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처럼 한 번에 달리는 습관이 있다면, 이제는 중간중간 내려서 하늘도 한 번 보고, 팔도 털고, 심호흡도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운전은 단순히 ‘가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건강하게 도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는 도착지에 얼마나 빨리 도착했느냐보다, 어떤 기분으로 도착했는지를 돌아보는 내가 되었으면 한다.
어제의 팔 통증은 그런 나에게 주어진 작은 경고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