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를 많이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라일락 꽃향기는 기분을 좋게 해준다.
너무 앞뒤가 안맞는말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다.
출퇴근길,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향기에 고개를 돌려보면 보라빛 라일락이 살포시 피어 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라일락의 향기가 도시 곳곳을 감싼다.
지하철역을 빠져나와 걸어가는 길목, 아파트 화단, 공원 가장자리에서도 라일락은 어느새 봄을 알리는 전령사처럼 등장한다.
라일락은 보라색, 흰색, 연분홍 등 다양한 색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보라색 라일락은 단연 인상적이다.
은은하면서도 고급스러운 그 색감,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향긋한 내음은 잠시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게 만든다.
이 아름다운 꽃에는 어떤 꽃말이 담겨 있을까?
라일락의 꽃말은 색상에 따라 다르다.
보라색 라일락은 ‘첫사랑의 추억’,
하얀 라일락은 ‘청순함과 순결’,
분홍색 라일락은 ‘사랑의 시작’을 뜻한다.
특히 보라빛 라일락은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향기로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라일락은 단순히 예쁜 꽃을 넘어서, 향기와 함께 기억을 되살리는 감성적인 존재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서울과 근교에서 라일락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서울에서는 서울숲이 라일락 명소로 손꼽힌다.
숲속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라일락 나무들이 줄지어 심어져 있어 은은한 향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또한 어린이대공원도 봄철 라일락 군락지로 알려져 있어 가족 단위 나들이객에게 인기가 많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면 경기도 고양시의 일산 호수공원에서도 라일락을 볼 수 있다.
호수와 함께 어우러진 풍경은 사진 찍기에도 좋은 명소다.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도 라일락 시즌이 되면 꽃구경 명소로 알려져 있다.
라일락은 4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가 절정이다.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인 셈이다.
아직은 만개하지 않은 곳도 있으니 주말에는 가까운 공원이나 산책로에서 라일락 꽃을 찾아 천천히 걸어보는 건 어떨까?
향기로 계절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걷는 길에서 이런 선물 같은 꽃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보라빛 라일락이 피어 있는 출퇴근길은, 바쁘고 지친 하루 속에서도 잠깐의 여유와 설렘을 선사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