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저마다의 짐을 싸서 고향으로 향한다. 고속도로에는 긴 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역과 터미널에는 반가운 얼굴을 마중 나오는 가족들이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도심 속 사무실 불빛 아래 남아 있다.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로 올해도 고향행 열차를 타지 못한 이들. 그들의 추석은 유난히 조용하고, 조금은 쓸쓸하다.● 명절의 온기 대신 마주한 현실명절이 가까워질수록 주변에서는 “이번엔 언제 내려가?”라는 말이 인사처럼 오간다. 그러나 그런 질문조차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못 내려가요”라고 대답하면, 상대는 잠시 머뭇거리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이미 체념한 듯 담담하다. 그래도 마음 한켠에서는 들판 냄새가, 어머니의 목소리가..